2022년 12월 20일.
서울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영하의 날씨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이 주간에 도대체 누가 ‘쓰레기’를 보러 투어에 나설까 하며 3회 쓰레기 투어를 기획했는데, 어랏! 1회와 2회 쓰레기 투어때처럼 투어 참가신청을 받자마자 금새 마감되었어요.
새삼 느낍니다. 쓰레기 문제에 진심인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요.
3회차 쓰레기투어는 마포자원회수시설 - 구로자원순환센터 - 수도권매립지 -알맹상점과 망원시장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마포구 상암동의 난지공원 옆에 있는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우리가 ‘소각장'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곳입니다.
자원회수시설이라는 말은 쓰레기를 태워버리는 것 뿐만 아니라 태우며 발생하는 열로 전기와 온수를 만들고 소각하고 남은 재를 자원으로 회수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이겠죠. 소각 보다는 어감이나 의미로도 훨씬 좋은 것 같긴 한데요. 저는 우리가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나오는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위해선 소각 이라는 말도 같이 계속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입니다.
정말 우리가 소각해도 괜찮은 것, 소각할 수 있는 것을 소각하는가? 몇 번이고 다시 써야 할 자원을 소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문제.
소각장 하면 으례 연상되는 다이옥신 논란도 소각장 굴뚝 바깥으로 나가는 다이옥신은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고 있지만 정작 소각장 안의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에선 다이옥신을 걸러내는 장치가 없어서 소각장 인근 주민보다 체내 다이옥신 농도가 14배가 높다(관련기사 : http://tbs.seoul.kr/news/newsView.do?seq_800=20456937&typ_800=7) 는데 이런 문제는 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지?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같은 문제들 말이죠.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소각용량 750톤 규모의 시설로 날마다 서울의 5개구(종로구,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에서 오는 생활쓰레기 600톤 가량을 소각합니다. 서울에선 우리가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쓰레기는 모두 이렇게 소각장으로 향합니다(금천구는 제외 ) 종종 일회용품의 대안으로 생분해되는 일회용품이라며 홍보하는 제품들을 보는데, 일정한 조건에서만 생분해되는 것은 둘째치고 생분해 되기도 전에 바로 소각되는 상황이라 생분해든, 난분해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는 물건인지, 타지 않는 물건인지 구분해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할텐데, 한번도 그런 가이드를 받은 적은 없다는 걸 떠올리며 보다 더 구체적이고 세심한 쓰레기 배출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쓰레기봉투가 벙커에 모이면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봉투를 터뜨리는 파봉작업을 한 뒤 크레인으로 쓰레기를 다시 들어올려 연소실에 넣는다.>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하면 쓰레기 벙커에 모여진 쓰레기를 크레인이 마치 인형뽑기 기계처럼 들어올렸다 떨어뜨리며 봉투를 파봉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어렸을 적에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기계 장치에 대한 두려움이 한동안 있었는데 엄청난 크기의 크레인에 그 두려움이 되살아난 것 같기도 했고, 저 아래 쓰레기 더미에서 불쑥 뭔가가 움직이면 어떡하나는 공포영화같은 상황들을 자꾸 상상하게 되기도 했어요. 파봉된 쓰레기를 연소실에 넣어 1시간 가량 연소시키며 발생하는 열은 회수하여 전기와 온수를 생산하고 연소가스의 오염물질은 제거하여 배출하고 남은 재등은 벽돌 등을 만드는 데 이용하고 있다 합니다.
최근 마포 자원회수시설 바로 옆에 1000톤 규모의 자원회수시설을 또 짓겠다고 서울시가 어느날 갑자기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마포 일대엔 소각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지요. 또 하나의 소각장은 날로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왜 우리는 쓰레기는 늘어날 거라고만 전제할까요? 1000톤은 서울시민 1명 당 100그램에 해당하는 쓰레기 양입니다. 하루에 1명이 100그램 쓰레기를 줄이는 것, 이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새로 짓는데 투자할 돈과 인력과 노력을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데 쓴다면 불가능한 일일까요?
#구로자원순환센터
구로자원순환센터의 외관은 공원입니다. 아마 표지판이 없었다면 그냥 잘 가꿔진 동네의 공원으로만 알고 있을 이 곳 지하엔 14,500제곱미터 규모의 구로구의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적환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사실, 쓰레기 관련 시설이 지하화되는 것을 저는 부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지하화한다는 건 곧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한다는 의미이며 쓰레기 문제를 자꾸만 감추고 혐오시설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지하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작업환경을 생각해봐도 절대로 지상보다 좋을 수 없을 거고요. 그럼에도 구로자원회수시설의 전체적인 운영상황을 보니, 때로는 이런식의 선택도 필요할 수 있겠구나도 생각했습니다. 서울에는 아직도 자원회수시설이 없는 자치구가 있는데, 구로 같이 공원과 시설을 함께 도입하는 것조차도 주민들의 반대로 쉽지 않다고 하니 말입니다.
구로자원순환센터는 지자체에서 당일 수거한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적환(대형 컨테이너로 옮기는 작업)하는 시설과 재활용품을 분리, 선별하는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악취나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악취모니터링 결과가 구청 홈페이지에 게재되며 환경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난 번 1회 때 방문했던 자원회수시설과는 규모나 시설이 비교가 되지 않았는데, 많은 부분이 기계화, 자동화가 되어 있어 무엇보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나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온 재활용품은 사람이 모두 손으로 선별해야 한다. 과연 이 중에 재활용이 될만한 물건이 몇 개나 있을까?>
그럼에도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그 과정은 결국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은 다른 시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재활용품을 실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정말 재활용이 되는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보면, 왜 우리가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정석 ‘비헹분섞' '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비우고 헹궈 깨끗한 재활용품을 내놔야만 재활용품의 질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선별하시는 분들의 안전과 위생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재활용품은 더럽게 내놔도 되는 쓰레기가 아니라는 걸, 다른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만지는 자원이라는 걸 백만번 강조하고 싶네요.
곧 다가올 명절에 집집마다 나올 스티로폼 박스.
이곳에서도 박스의 테이프를 떼내는 작업을 거쳐 스티로폼을 바로 녹여 잉고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되어 주로 액자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테이프가 붙어있으면 질이 떨어지기때문에 일일이 따 떼내야 합니다. 제발! 스티로풀 테이프는 떼내고 내놓으시길!!
선별장에서 분류된 재활용품엔 ‘착한선별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착한이라고 하기엔 군데군데 보이는 이물질이 너무 신경쓰이더라고요. 정말 착한 재활용품이 되기 위해선 뭘 해야 한다? 바로 ‘비헹분섞’
<
<진짜 '착한 선별품'이 되기 위해선 이물질 없이 깨끗하게 , 페트병은 라벨 떼고 공기빼고 압축해서 분리배출해야겠지요?>
#수도권매립지
서울, 인천, 경기도의 쓰레기가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 바로 수도권 매립지. 처음 매립지가 만들어졌을 때 이곳의 행정구역은 경기도 김포 검단면 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김포매립지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이들도 있을 겁니다. 1995년에 이 지역이 인천광역시로 편입되면서 지금은 인천에 있는 매립지가 되었습니. 그런데 쓰레기 매립지 이전에 이곳은 아름다운 갯벌이 있던 바다였다는 걸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없겠지요?. 70년대부터 시작된 갯벌 매립이 80년대 동아건설의 대규모 간척공사로 이어져 이제는 ‘청라도' ‘송도'가 지명으로 흔적만 남게 되었지만요. 마구잡이식 매립으로 서울의 골칫거리였던 난지도매립장 폐쇄 이후 정부가 찾은 최적의 매립장 후보가 바로 이 너른 간척지였습니다.
92년 2월에 개장하여 이제 운영 30년이 된 수도권매립지는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탐방객을 맞이하는 공사 직원분들의 당당하고 자부심 가득한 안내처럼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매립지인 것 같습니다. 매립과정의 오염을 최소화하고 매립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매립 완료 이후 부지의 활용이나 매립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원을 재활용하는 여러 기술과 방법들은 분명 자랑할만한, 시민으로서는 안심하고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단일 면적 세계 초대규모의 매립지이지만(우리나라 땅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이것도 너무 놀랍죠) 언젠가는 매립이 종료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 다음은?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마냥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너른 쓰레기 매립지를 또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이곳이 간척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너른 매립지를 확보할 수나 있었을까요?
<매립은 구덩이를 파고 묻는 게 아니라 그림처럼 8단의 산을 만드는 과정이다. 매립지 밑은 위생처리시설이 있어 침출수 등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현재 매립지 진행중인 3매립지, 매립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기 위해 심어 놓는 파이프관 아래로 쓰레기가 모두 쌓이면 매립이 종료된다>
<쓰레기 제로를 외치며 동그라미^^>
#마치며
쓰레기 투어의 마지막은 쓰레기 제로를 실천하는 이들의 핫플레이스! 바로 알맹상점과 망원시장에서 용기내 실천을 적극 지지해주시는 상점을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에 적극적인 사람들을 위한 이런 공간, 이런 프로그램, 이런 물건들 더 많아져야 한다는 걸 알맹상점 도슨트와 망원시장의 용기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시 느낍니다.
3회차 투어엔 일본인 분이 참석해 주셨는데요, 일본에선 초등학생때 지역의 소각장을 탐방하는 체험을 한다고 하네요. 그때 보고 들은 걸 계속 기억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내가 버리는 쓰레기, 우리 동네의 쓰레기 어떻게 처리되는지, 누가 어떻게 처리해주는지를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우는 경험을 한다면 우리의 쓰레기 지수가 한층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쓰레기 투어는 2023년에도 계속됩니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곧 다시 봬요.
<투어 참가자들은 자기 용기를 갖고 와서 대용량으로 준비해 온 간식을 자기 그릇에 담아 먹어요. 투어 때 쓰레기를 줄이는 법!>
#평가에 남겨준 후기와 참가자들의 SNS 후기
한번 가보고 싶었던 매립지 소각장 선별장을 한꺼번에 봐서 정말 좋았습니다. 동영상에서만 보봤던 곳에 실체로 가니까 와닿는게 있었습니다. 선별장에 가서 분리수거의 의미가 있나고 생각을 들었습니다. 내가 분리수거 해봐도 선별장에서 많은 쓰래기 안에 찾을 후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물론 안하는 것이 낫지만 쓰레기 줄리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건 식사와 간식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을 눈으로 못 봐서 아쉬웠지만 오히려 직원분들 쉬는 시간이라 재활용 분류시설에는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루에 세 군데나 둘러볼 수 있어서 알찬 투어였네요. 감사합니다♡
쓰레기가 처리되는 최전선을 직접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덕분에 경각심이 더 생겨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굳건히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이동해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피부로 느끼는 체험이었기에 쓰레기로 인한 문제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하루 동안 세 곳을 방문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짧은 방문만으로도 쓰레기 배출, 수거, 처리, 재활용/새활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우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한걸음 내딛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정리, 글 / 자두 (알맹상점 매니저)
- 사진 / 쓰레기투어 참가자 공유 사진
#알맹상점쓰레기투어 #알맹상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분리배출 #재활용품 #소각장 #비헹분섞 #분리수거
2022년 12월 20일.
서울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영하의 날씨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이 주간에 도대체 누가 ‘쓰레기’를 보러 투어에 나설까 하며 3회 쓰레기 투어를 기획했는데, 어랏! 1회와 2회 쓰레기 투어때처럼 투어 참가신청을 받자마자 금새 마감되었어요.
새삼 느낍니다. 쓰레기 문제에 진심인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요.
3회차 쓰레기투어는 마포자원회수시설 - 구로자원순환센터 - 수도권매립지 -알맹상점과 망원시장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마포구 상암동의 난지공원 옆에 있는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우리가 ‘소각장'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곳입니다.
자원회수시설이라는 말은 쓰레기를 태워버리는 것 뿐만 아니라 태우며 발생하는 열로 전기와 온수를 만들고 소각하고 남은 재를 자원으로 회수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이겠죠. 소각 보다는 어감이나 의미로도 훨씬 좋은 것 같긴 한데요. 저는 우리가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나오는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위해선 소각 이라는 말도 같이 계속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입니다.
정말 우리가 소각해도 괜찮은 것, 소각할 수 있는 것을 소각하는가? 몇 번이고 다시 써야 할 자원을 소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문제.
소각장 하면 으례 연상되는 다이옥신 논란도 소각장 굴뚝 바깥으로 나가는 다이옥신은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고 있지만 정작 소각장 안의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에선 다이옥신을 걸러내는 장치가 없어서 소각장 인근 주민보다 체내 다이옥신 농도가 14배가 높다(관련기사 : http://tbs.seoul.kr/news/newsView.do?seq_800=20456937&typ_800=7) 는데 이런 문제는 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지?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같은 문제들 말이죠.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소각용량 750톤 규모의 시설로 날마다 서울의 5개구(종로구,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에서 오는 생활쓰레기 600톤 가량을 소각합니다. 서울에선 우리가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쓰레기는 모두 이렇게 소각장으로 향합니다(금천구는 제외 ) 종종 일회용품의 대안으로 생분해되는 일회용품이라며 홍보하는 제품들을 보는데, 일정한 조건에서만 생분해되는 것은 둘째치고 생분해 되기도 전에 바로 소각되는 상황이라 생분해든, 난분해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는 물건인지, 타지 않는 물건인지 구분해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할텐데, 한번도 그런 가이드를 받은 적은 없다는 걸 떠올리며 보다 더 구체적이고 세심한 쓰레기 배출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쓰레기봉투가 벙커에 모이면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봉투를 터뜨리는 파봉작업을 한 뒤 크레인으로 쓰레기를 다시 들어올려 연소실에 넣는다.>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하면 쓰레기 벙커에 모여진 쓰레기를 크레인이 마치 인형뽑기 기계처럼 들어올렸다 떨어뜨리며 봉투를 파봉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어렸을 적에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기계 장치에 대한 두려움이 한동안 있었는데 엄청난 크기의 크레인에 그 두려움이 되살아난 것 같기도 했고, 저 아래 쓰레기 더미에서 불쑥 뭔가가 움직이면 어떡하나는 공포영화같은 상황들을 자꾸 상상하게 되기도 했어요. 파봉된 쓰레기를 연소실에 넣어 1시간 가량 연소시키며 발생하는 열은 회수하여 전기와 온수를 생산하고 연소가스의 오염물질은 제거하여 배출하고 남은 재등은 벽돌 등을 만드는 데 이용하고 있다 합니다.
최근 마포 자원회수시설 바로 옆에 1000톤 규모의 자원회수시설을 또 짓겠다고 서울시가 어느날 갑자기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마포 일대엔 소각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지요. 또 하나의 소각장은 날로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왜 우리는 쓰레기는 늘어날 거라고만 전제할까요? 1000톤은 서울시민 1명 당 100그램에 해당하는 쓰레기 양입니다. 하루에 1명이 100그램 쓰레기를 줄이는 것, 이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새로 짓는데 투자할 돈과 인력과 노력을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데 쓴다면 불가능한 일일까요?
#구로자원순환센터
구로자원순환센터의 외관은 공원입니다. 아마 표지판이 없었다면 그냥 잘 가꿔진 동네의 공원으로만 알고 있을 이 곳 지하엔 14,500제곱미터 규모의 구로구의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적환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사실, 쓰레기 관련 시설이 지하화되는 것을 저는 부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지하화한다는 건 곧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한다는 의미이며 쓰레기 문제를 자꾸만 감추고 혐오시설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지하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작업환경을 생각해봐도 절대로 지상보다 좋을 수 없을 거고요. 그럼에도 구로자원회수시설의 전체적인 운영상황을 보니, 때로는 이런식의 선택도 필요할 수 있겠구나도 생각했습니다. 서울에는 아직도 자원회수시설이 없는 자치구가 있는데, 구로 같이 공원과 시설을 함께 도입하는 것조차도 주민들의 반대로 쉽지 않다고 하니 말입니다.
구로자원순환센터는 지자체에서 당일 수거한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적환(대형 컨테이너로 옮기는 작업)하는 시설과 재활용품을 분리, 선별하는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악취나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악취모니터링 결과가 구청 홈페이지에 게재되며 환경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난 번 1회 때 방문했던 자원회수시설과는 규모나 시설이 비교가 되지 않았는데, 많은 부분이 기계화, 자동화가 되어 있어 무엇보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나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온 재활용품은 사람이 모두 손으로 선별해야 한다. 과연 이 중에 재활용이 될만한 물건이 몇 개나 있을까?>
그럼에도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그 과정은 결국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은 다른 시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재활용품을 실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정말 재활용이 되는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보면, 왜 우리가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정석 ‘비헹분섞' '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비우고 헹궈 깨끗한 재활용품을 내놔야만 재활용품의 질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선별하시는 분들의 안전과 위생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재활용품은 더럽게 내놔도 되는 쓰레기가 아니라는 걸, 다른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만지는 자원이라는 걸 백만번 강조하고 싶네요.
곧 다가올 명절에 집집마다 나올 스티로폼 박스.
이곳에서도 박스의 테이프를 떼내는 작업을 거쳐 스티로폼을 바로 녹여 잉고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되어 주로 액자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테이프가 붙어있으면 질이 떨어지기때문에 일일이 따 떼내야 합니다. 제발! 스티로풀 테이프는 떼내고 내놓으시길!!
선별장에서 분류된 재활용품엔 ‘착한선별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착한이라고 하기엔 군데군데 보이는 이물질이 너무 신경쓰이더라고요. 정말 착한 재활용품이 되기 위해선 뭘 해야 한다? 바로 ‘비헹분섞’
<
<진짜 '착한 선별품'이 되기 위해선 이물질 없이 깨끗하게 , 페트병은 라벨 떼고 공기빼고 압축해서 분리배출해야겠지요?>
#수도권매립지
서울, 인천, 경기도의 쓰레기가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 바로 수도권 매립지. 처음 매립지가 만들어졌을 때 이곳의 행정구역은 경기도 김포 검단면 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김포매립지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이들도 있을 겁니다. 1995년에 이 지역이 인천광역시로 편입되면서 지금은 인천에 있는 매립지가 되었습니. 그런데 쓰레기 매립지 이전에 이곳은 아름다운 갯벌이 있던 바다였다는 걸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없겠지요?. 70년대부터 시작된 갯벌 매립이 80년대 동아건설의 대규모 간척공사로 이어져 이제는 ‘청라도' ‘송도'가 지명으로 흔적만 남게 되었지만요. 마구잡이식 매립으로 서울의 골칫거리였던 난지도매립장 폐쇄 이후 정부가 찾은 최적의 매립장 후보가 바로 이 너른 간척지였습니다.
92년 2월에 개장하여 이제 운영 30년이 된 수도권매립지는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탐방객을 맞이하는 공사 직원분들의 당당하고 자부심 가득한 안내처럼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매립지인 것 같습니다. 매립과정의 오염을 최소화하고 매립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매립 완료 이후 부지의 활용이나 매립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원을 재활용하는 여러 기술과 방법들은 분명 자랑할만한, 시민으로서는 안심하고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단일 면적 세계 초대규모의 매립지이지만(우리나라 땅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이것도 너무 놀랍죠) 언젠가는 매립이 종료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 다음은?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마냥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너른 쓰레기 매립지를 또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이곳이 간척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너른 매립지를 확보할 수나 있었을까요?
<매립은 구덩이를 파고 묻는 게 아니라 그림처럼 8단의 산을 만드는 과정이다. 매립지 밑은 위생처리시설이 있어 침출수 등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현재 매립지 진행중인 3매립지, 매립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기 위해 심어 놓는 파이프관 아래로 쓰레기가 모두 쌓이면 매립이 종료된다>
<쓰레기 제로를 외치며 동그라미^^>
#마치며
쓰레기 투어의 마지막은 쓰레기 제로를 실천하는 이들의 핫플레이스! 바로 알맹상점과 망원시장에서 용기내 실천을 적극 지지해주시는 상점을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에 적극적인 사람들을 위한 이런 공간, 이런 프로그램, 이런 물건들 더 많아져야 한다는 걸 알맹상점 도슨트와 망원시장의 용기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시 느낍니다.
3회차 투어엔 일본인 분이 참석해 주셨는데요, 일본에선 초등학생때 지역의 소각장을 탐방하는 체험을 한다고 하네요. 그때 보고 들은 걸 계속 기억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내가 버리는 쓰레기, 우리 동네의 쓰레기 어떻게 처리되는지, 누가 어떻게 처리해주는지를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우는 경험을 한다면 우리의 쓰레기 지수가 한층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쓰레기 투어는 2023년에도 계속됩니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곧 다시 봬요.
<투어 참가자들은 자기 용기를 갖고 와서 대용량으로 준비해 온 간식을 자기 그릇에 담아 먹어요. 투어 때 쓰레기를 줄이는 법!>
#평가에 남겨준 후기와 참가자들의 SNS 후기
한번 가보고 싶었던 매립지 소각장 선별장을 한꺼번에 봐서 정말 좋았습니다. 동영상에서만 보봤던 곳에 실체로 가니까 와닿는게 있었습니다. 선별장에 가서 분리수거의 의미가 있나고 생각을 들었습니다. 내가 분리수거 해봐도 선별장에서 많은 쓰래기 안에 찾을 후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물론 안하는 것이 낫지만 쓰레기 줄리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건 식사와 간식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을 눈으로 못 봐서 아쉬웠지만 오히려 직원분들 쉬는 시간이라 재활용 분류시설에는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루에 세 군데나 둘러볼 수 있어서 알찬 투어였네요. 감사합니다♡
쓰레기가 처리되는 최전선을 직접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덕분에 경각심이 더 생겨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굳건히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이동해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피부로 느끼는 체험이었기에 쓰레기로 인한 문제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하루 동안 세 곳을 방문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짧은 방문만으로도 쓰레기 배출, 수거, 처리, 재활용/새활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우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한걸음 내딛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정리, 글 / 자두 (알맹상점 매니저)
- 사진 / 쓰레기투어 참가자 공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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